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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렌트 사이트의 종료
2016 1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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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토렌트 관련 웹 사이트가 하나둘 문을 닫고 있다. 전 세계 최대 회원 수를 보유하고 있던 킥애스토렌트(Kickasstorrent)가 문을 닫았고 곧이어 토렌트 파일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던 토렌트제트(Torrentz)가 문을 닫았다. 토렌트 문화를 지탱하던 두 개의 큰 사이트가 문을 닫았지만 이런 일로 휘청할 토렌트가 아니다. 실제로 두 개의 큰 사이트가 닫혔지만 전 세계 토렌트 사용량은 줄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몇 년간의 토렌트 사용량을 보면 급격하게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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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렌트(Torrent)란 P2P 네트워크를 통해 대용량의 파일을 공유하는 프로그램으로 영화, TV 프로그램 및 음악을 다운받는데 자주 사용된다. 토렌트 프로그램으로는 여러 종류가 있으며 대표적으로 비트토렌트(Bittorrent)와 한국어를 제공하여 국내에서 많이 사용되는 뮤토렌트(utorrent)가 있다. 프로그램과 더불어 토렌트 파일을 공유할 수 있는 여러 웹 사이트와 토렌트 파일을 검색할 수 있는 사이트 등 토렌트 관련 사이트들도 매우 많다. 이번에 문을 닫게 된 사이트 킥애스토렌트와 토렌트제트도 이러한 웹 사이트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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킥애스토렌트는 세계 최대의 회원 수를 보유하고 있는 토렌트 공유 사이트로 일반적으로 KAT이라고도 불린다. 2008년에 만들어져 2016년 7월 20일, 운영자가 체포되면서 사이트는 문을 닫았다. 킥애스토렌트는 사이트가 만들어진 이래로 차근차근 순위권에 올라왔고 2014년 11월 Alexa 순위에 따라 The Pirate bay를 추월하면서 세계 최대 방문자 수를 보유한 토렌트 공유 사이트가 되었다. 연방 기관에 따르면 킥애스토렌트는 매월 5,000만 명이 넘는 방문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전 세계 인터넷 방문자 순위 69위에 해당하는 사이트라고 말했다. 많은 이들이 방문하는 만큼 수백만 달러 가치의 저작권이 있는 영화나 드라마, 음악 등이 불법으로 공유됐고 운영자는 광고로 연례 약 1천 7백만 달러의 광고 수익을 취했었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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킥애스토렌트 사이트는 오래전부터 FBI의 추적을 피해왔고 더불어 사이트도 여러 국가에서 접근하지 못하도록 차단되었다. 하지만 사이트는 국가의 차단을 피해 일정 기간마다 도메인 이름을 바꾸며 서비스를 계속 제공했다. 2011년 4월 이후, 킥애스토렌트는 ‘TorrentZ’와 ‘Domonoid’과 같이 ‘.com’ 도메인이 정부에 압류되면서 필리핀에 서버를 두고 ‘kat.ph’로 이전했다. 이후, 6개월마다 도메인 이름을 ‘ka.tt, kickass.to, kickass.so(소말리아 도메인 이름), kickasstorrents.im(아일오브맨(isle of Man)), kat.cr(코스타리카)’로 변경하며 교묘하게 사이트를 유지하며 추적을 피했다.

하지만 계속된 추적 끝에 결국 킥애스토렌트 관리자는 체포되었다. 이번에 체포된 킥애스토렌트의 관리자 아르티엠 바일런(Artem Vaulin)은 30세의 우크라이나인으로 온라인상에서 ‘텀(tirm)’이라고도 알려졌다. 그는 7개의 도메인을 제휴하고 있었으며 그가 체포되고부터 KAT.cr을 포함한 나머지 도메인도 오프라인으로 전환되었다. 그가 체포되고 IRS의 범죄 수사부장 리처드 웨버(Rechard Weber)는 이 사건에 대해 킥애스토렌트 사이트와 같은 종류의 사이트는 모든 종류의 불법 거래를 뻔뻔스럽게 촉진한다고 말했다. 현재 종료된 킥애스토렌트 사이트에 들어가면 사이트는 막혀있다. 혹시나 서비스되는 것과 비슷한 사이트가 보인다면 그것은 기존에 있던 파일을 모아 놓은 미러러스다. 현혹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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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체포되는데 결정적이었던 것은 ‘아이튠즈(ITunes)’였다. 그는 아이튠즈를 통해 구매했고 FBI는 이때 나타난 바일런의 이메일과 IP 주소를 얻었다. 얻어낸 정보로 페이스북에 로그인까지 성공했다. 로그인한 페이스북과 메일에는 ‘whois’와 ‘goDaddy’ 검색, KAT의 재정을 다룬 문서, 바일런의 알려진 별칭 텀, 그가 KAT의 관리자로 간주되는 메시지 등을 미루어 볼 때 그가 관리자임이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고 한다.

그가 유죄 판결을 받으면 그는 형사상의 저작권 침해로 징역 5년형을 선고받을 예정이며 돈세탁과 관련하여 20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그러나 메가업로드(MegaUPload) 설립자 킴닷컴(Kim dotcom)의 저작권법 문제를 가장 잘 방어한 기술 중심의 변호사인 아이라 로스켄(Ira Rothken)은 이 같은 재판 결과가 매우 부당하다고 말했다. 2012년, 메가업로드 사이트를 폐쇄하였고 저작권 침해와 수익성 높은 광고 비즈니스라는 두 사건의 유사점이 있지만 메가업로드는 킥애스토렌트와 기능적으로 매우 다르다. 킥애스토렌트는 비트토렌트의 P2P 공유 기술을 사용하는 반면에 메가업로드는 사용자가 불법 영화를 포함한 모든 파일을 업로드 하고 공유할 수 있는 고유한 링크를 만들 수 있었다. 즉, 메가업로드는 파일 자체를 보관하지만 킥애스토렌트는 그렇지 않았다.

킥애스토렌트에 이어서 또 다른 사이트 토렌트제트(torrentz)도 사전에 예고도 없어 폐쇄되었다. 토렌트제트 사이트는 파일을 직접 호스팅하지 않았다. 대신에 토렌트 파일 검색엔진을 통해 사람들이 좀 더 원활하게 콘텐츠를 공유할 수 있도록 킥애스토렌트와 같은 파일 공유사이트로 연결해준다. 토렌트제트의 운영자 플리피(Flippy)는 토렌트프리크(TorrentFreak)에 더는 사이트를 운영하지 않을 것이며 이에 대해 어떠한 설명도 하지 않았다. 다만 한 가지는 법에 따른 직접적인 이유로 닫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했다. 토렌트 검색 엔진은 파일을 직접 교환하거나 활성화하지 않았기 때문에 합법적인 서비스를 제공한 것으로 생각된다. 더욱이 이전에 미국 영화 협회(MPAA)와 미국 레코드 협회(RIAA)로부터 조사를 받았었고 불법 콘텐츠에 관한 링크는 제거하고 디지털 밀레니엄 저작권법(DMCA)에 게시된 중단 요청을 잘 준수하고 있던 터라 그들이 법적인 이유로 닫았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더욱이 공식적으로 서비스를 중단하라는 요청이 들어왔거나 디지털 밀레니엄 저작권법에 따라 사이트가 폐쇄된 것이라면 홈페이지에 있는 “Torrentz will always love you. Farewell.”라는 말은 서버가 죽어 보지도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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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자세히 이야기하자면 토렌트제트는 킥애스토렌트와 다르다. 킥애스토렌트의 운영자가 체포되었을 당시 킥애스토렌트는 모든 콘텐츠의 공유뿐만 아니라 합법적인 디지털 밀레니엄 저작권법(DMCA)에 게시된 중단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저작권 보유자에게 수백만 달러의 비용을 부과해야 했지만 킥애스토렌트에서는 이를 거부했다. 그런 의미로 토렌트제트는 킥애스토렌트에 비해 법의 적정 수준을 맞춰가며 서비스를 제공하던 터라 갑작스러운 토렌트제트의 사이트 종료는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을 것이다.

토렌트제트는 13년간 서비스를 제공했고 이제는 서비스를 중단함으로써 토렌트제트의 공백이 생겼다. 하지만 그 공백이 변화를 만들 것이라는 생각과 달리 그 공백은 매우 빠르게 메꿔졌다. 실제로 토렌트제트가 폐쇄된 지 불과 몇 시간 후에 토렌트제트를 대체할 만한 사이트를 레딧(reddit)에서 비교하고 있었다.

어찌 되었든 두 개의 토렌트 사이트가 사라졌음에도 사용자들은 이에 대한 영향을 크게 없다. 실제로 두 개의 사이트가 다운되고 큰 트래픽의 변화는 없는 것으로 보아 사이트가 사라진 것이 토렌트 문화의 큰 변화를 주진 않았을 것으로 본다며 네트워크 장비 회사 Sandvine의 대변인 Dan Deeth는 말했다. 더불어 토렌트제트는 불법 콘텐츠를 검색할 수 있는 엔진이었지만 사실상 구글의 엔진과 별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다. 즉, 구글 엔진으로도 대체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처럼 개별 사이트들의 폐쇄는 비트토렌트에서 사용되는 트래픽이 많이 감소했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2011년 비트토렌트의 트래픽 점유율은 전 세계 네트워크의 23%를 차지했지만, 그 후, 5년 뒤에는 5% 이하로 뚝 떨어졌다. 이렇게 대폭 하락한 이유는 분명 토렌트의 공유 사이트가 문을 닫아서 그런 것이 아니다.

결국, 대폭 감소된 토렌트의 트래픽 점유율은 데스크톱에서 모바일로의 기기 전환과 유료지만 무척이나 저렴한 가격으로 실시간 동영상을 볼 수 있는 서비스가 늘어난 것을 이유로 보고 있다. 또한, 이런 스트리밍 서비스에서는 불법적으로 다운로드를 하는 것보다 더욱 간단하고 합법적으로 동영상을 볼 수 있다는 점이 크게 다가왔다. 반대로 킥애스토렌트나 토렌트제트 같이 불법적으로 얻는 것이 좀 더 번거롭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이 토렌트에서 떠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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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부터 이동키, 푸루나 등 국내 P2P와 함께 커온 사용자로서 죽어가는 토렌트 시장이 아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속 시원하다. 무언가를 보는 것이 취미였던 필자에게 P2P는 티비로 보는 것보다 컴퓨터로 보는 것이 더 익숙하게 보일 정도였다. 그런 필자에게 저작권과 같이 이래저래 걸리는 문제는 본인과는 상관없는 일이며 사실 눈 가리고 아웅이었다. 그렇게 해를 거듭하면서 넷플릭스나 HBO 등 유료지만 비싸지 않은 여러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가 나오면서 어떻게 보면 수순대로 잘 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물론 이런 서비스가 더 커지고 활성화된다고 해서 토렌트 시장이 죽을거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단지 변화하는 과정을 지켜보니 뭔가 인터넷의 한 시대가 가는 것을 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유성경 yuopboy@grayhas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