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사람의 개인 정보 보호를 위한 일과 범죄 용의자나 테러리스트를 잡는 일 중에 무엇이 중요한지 말하기 어렵다. 아마도, 자신의 사생활 보호에 깊은 중점을 두고 있는 사람이라면 전자를, 공익을 위하여 그 정도의 피해는 감수하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후자를 선택할 것이다. 필자로 말할 것 같으면 두 말다 맞는 말이지만 아무래도 전자에 조금 더 손을 들어주고 싶다. 2016년 10월, FBI와 Apple의 공방은 이러한 논쟁의 씨앗을 터트린 사건으로 사람들에게 여러 가지를 생각하도록 만들었다.
사건의 경위는 2015년 12월 2일에 일어난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 동부에 위치한 샌버나디노시에 있는 발달장애인 복지시설에서 총기사고가 발생한다. 이 사건으로 최소 14명이 사망했으며 경찰은 사건의 용의자가 이슬람 극단주의자이면서 이슬람 국가에 대한 충성을 맹세한 것으로 보아 이들을 테러리스트라 판단했다. FBI는 총기사건의 용의자 리즈완 파룩(Rizwan Farook)의 아이폰 5S를 습득하게 되고 아이폰의 암호화를 애플에게 풀어달라고 요청했다. 정확히는 이러한 암호화를 풀 수 있는 전용 프로그램이나 혹은 어떠한 장치를 마련해달라고 하였으나 애플은 이를 개인정보보호의 이유로 거절했다.
당시 총기 사고의 심각성도 문제였지만 FBI와 애플의 이 사건은 국가의 안보와 개인정보보호 두 의견에 날 선 대립으로 이어졌다. 어떠한 상황에도 기업이 고객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애플의 입장과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는 일인 만큼 수사에 협조해야 한다는 FBI의 입장이 갈렸다. 사람들은 이 공방에 대해 여러 가지 의견을 내놓으면서 편이 갈라지면서 대립하게 되었다. 공공의 안보와 사생활의 보호는 무엇 하나 포기할 수 없고 무엇이 답이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애플의 최고 경영자(CEO) 팀 쿡은 고객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통해 미국 정부가 애플에 고객 보안을 위협하는 전례 없는 조치를 받아들이라는 요구를 해왔다며 이에 대해 자신들은 반대의 의사를 밝힌다고 이야기했다. 더불어 팀 쿡은 정부가 운영체제의 백도어를 달라고 하는데 자신들은 그러한 기술도 없으며 백도어를 만드는 것은 너무 위험하고 이러한 백도어는 어떤 문이든 열 수 있는 마스터키에 비유하여 자신들이 이를 받아들이면 아주 위험한 선례가 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이에 대해 실리콘밸리에 있는 여러 기업은 애플의 주장에 지지했다. 구글의 CEO 순다 피차이는 기업에 해킹을 강요하는 것은 사용자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수 있다며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페이스북의 CEO 마크 저커버그도 보안에 뒷문을 요구하는 것은 보안 향상에 기여하지도 않을뿐더러 옳은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팀 쿡의 말에 무척이나 공감했다. 이어서 자신들은 모든 테러리즘을 비난하며 피해자들과 결속할 것이지만 기업이 자신의 보안을 약화하도록 하는 요구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싸울 것이라며 이러한 요구는 기업을 방해하고 무서운 선례를 남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트위터의 CEO 잭 도시, 애플의 공동창업자 스티브 워즈니악 역시 애플의 의견에 지지하는 글을 남기거나 반응을 보였다.
실리콘밸리에 있는 IT 기업뿐만 아니라 내부고발자 에드워드 스노든 역시 이에 대한 반응을 보였다. 에드워드 스노든은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FBI는 시민들이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다른 방법이 아닌 애플에 의존하도록 하는 세계를 만들고 있다며 FBI의 주장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미국의 민주당 일각에서도 이러한 제한에 애플이 굴복한다면 국가의 요구 앞에 개인 정보 보호가 무릎 꿇는 선례가 될 것이라며 이에 대해 경고를 했다. 특히나 민주당 록 와이든 상원의원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애플이 이를 받아들이고 적용한다면 미국의 온라인 보안은 패배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조지 워싱턴대 로스쿨 교수는 사기업에 이렇게 예외적인 법적 제안을 하는 것은 충분한 근거가 되지 못한다며 FBI의 요구를 비판했다.
이렇게 수많은 IT 분야에 발을 담고 있는 회사들과 몇몇 정치인, 유명인들은 이러한 공방에 확고하게 애플의 주장을 지지하지만, 미국 시민사회에서는 팽팽한 주장을 보인다. 미국의 여론조사업체 퓨리서치센터는 미국 시민 1,002명을 대상으로 이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이 중 51%는 애플이 아이폰의 잠금을 해제하여 FBI에게 제공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 중 잠금을 해제해서는 안된다고 밝힌 이는 38%, 잘 모르겠다고 답한 이는 11%였다. 결국, 정확히는 절반 이상이 FBI 주장에 손을 들어준 셈이다. 미국의 공화당 대선주자였으며 현재 미국의 대통령으로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는 결국 국가의 안보가 걸린 문제인데 당연히 테러방지를 위해 잠금장치를 해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시민자유연맹의 에샤 반다리 변호사 역시 미국 정부에게 보안을 해제한 아이폰을 제공하여 국가적 안보에 더 힘쓰길 바란다고 이야기했다.
이러한 사건의 공방은 FBI가 애플의 협조 없이 아이폰의 암호를 해제하고 협조 강제 요청을 취하하면서 끝났다. 미국의 언론매체 CNN과 여러 언론매체에 따르면 용의자의 아이폰에 있는 데이터에 접근하는 데 성공했으며 애플의 협조가 필요 없다고 FBI는 밝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FBI의 공식적인 발표는 없었으나 추측하기로는 이스라엘의 모바일 포렌식 전문 업체 ‘셀레브라이트’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더불어 셀레브라이트는 데이터 추출 기술을 개발하는 회사로 2013년 FBI와 독점 서비스 계약을 맺은 바가 있다. 또한, 미국 법원 역시 이러한 공방에 FBI에게 애플은 잠금을 풀어주지 않아도 된다고 판결을 내렸다.
사실 한 기업이 정부에 협력하라는 제안을 받은 일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더욱이, 국내나 중국같은 경우는 이러한 제안에 승낙하기도 했다. 먼저 삼성 같은 경우는 러시아인인 고객의 개인정보를 러시아에 제공했음을 러시아 언론매체 베도모스티에서 밝히기도 했었다. 또 다른 예시로 국내에서는 민간업체에게 국민의 개인정보를 제공하여 약 15억 원의 수익을 올리기도 했었다. 한 번쯤 들어 봤을 법한 ‘우리의 개인정보는 인당 30원’이 여기에서 나온 말이다. 정부에서는 민간업체에 건당 30원의 사용료를 받고 국민의 개인정보를 팔았으며, 이 중 21곳은 신용정보업체, 5곳은 은행, 각각 2곳의 카드사, 캐피탈이 있었다. 네이버 역시 경찰에게 회원정보를 제공했었다. 이에 대해 법원에서는 수사기관 요청을 받고 고객의 개인정보를 제공한 포털사이트에 법적 책임이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도 했었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물론, 양측 의견이 나쁘다는 것도 아니고 옳지 않다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애플의 의견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그것은 본인이 IT를 하고 있어서가 아니라 나의 개인정보는 나를 나타내는 또 하나의 나이며 나를 보호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조금 더 구체적 예시를 들어서 이야기하자면 내가 어떤 밥 먹고, 무언가를 하고, 내 생각, 나의 사생활이 원치 않게 누군가에게 노출되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나의 개인적인 생활이고 누군가가 보고 있다고 신경이 쓰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개인정보 역시 나를 나타내는 또 다른 나이다. 내가 보여주고 싶지 않은 나와 관련된 것은 그 누구도 내 허락 없이 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만약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나만의 개인정보가 누군가에게 노출되면 어떠할지 애슐리 매디슨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애슐리 매디슨은 불륜 권장 웹 사이트로 당시 이 서버가 해킹당하여 많은 회원의 정보가 외부로 유출되었다. 해킹당한 대상 사이트도 사회적으로 좋지 않은 시선을 받았던 사이트로 이로 인해 몇몇 회원이 목숨을 끊거나 타인에게 유출된 개인정보로 협박을 받는 일도 있었다.
마찬가지로 내가 만약 FBI의 제안에 협력하여 나의 핸드폰에 백도어를 설치하거나 혹은 아이폰을 해킹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존재한다면 이는 개인정보 유출의 잠재적 위협이 되는 일이 될 것이다. 더불어, 이미 정부에서 국민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전례가 있는데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 내부고발자 에드워드 스노든이 국가에게 쫓기면서 왜 그러한 일을 한 것인지, 그가 심심해서 그러한 일을 벌렸을 것이라 생각하는 이는 아무도 없지 않을까 생각된다.
=> 아이폰의 암호를 풀어줘, FBI vs Apple 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