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지도를 기반한 증강현실게임, 포켓몬GO가 한창 나왔을 적에 국내 출시에 관한 이야기로 떠들썩했다. 출시 전부터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었던 게임이며, 게임 잘하기로 유명한 한국인지라 국내 출시에 대해 더욱 주목했으리라. 어찌 되었든 포켓몬GO는 결국 국내에 출시했지만, 다른 나라들보다 7개월 이상 늦게 나와 뒤늦은 포켓몬GO 열기에 합세했다.[1] 이같이 포켓몬GO가 국내에 들어오기 힘들었던 이유 중 그 중심에는 ‘구글 지도’가 있다.[2] 국내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공개되어 있는 구글 지도의 반입이 그다지 달가운 처사가 아니었다. 왜 국가는 구글 지도 반출이 왜 달가워하지 않았을까. 오늘은 국가에서 말하는 지도 반출에 대해 그들이 말하는 국가 안보가 무엇인지에 대해 말해볼까 한다. 오늘의 이야기에 대해서 필자가 작성한 글에는 정부, 구글 그 누구도 100% 옳다고 하는 얘기가 아님을 확실히 짚고 넘어간다.
구글 지도는 2005년 구글에서 제공하는 지도 서비스로 말 그대로 웹 지도다. 구글 지도의 기능으로는 스트리트 뷰라 하여 길가에 모습을 지도로 확인할 수 있고, 실시간 교통 상황이나 위성 사진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그리고 구글 지도의 기능 중 핵심 기능인 구글 API는 개발자들에게 구글 API를 제공하여 여러 개발자가 쉽게 구글 지도 서비스를 활용하여 다른 기능의 앱을 만드는 것을 돕기도 한다. 더욱이, 구글 지도는 전 세계적 공용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어, 다른 나라를 여행하거나 혹은 다른 나라의 지역 정보를 얻는 데에도 자주 사용된다.[3]
그렇다면 구글 지도는 모든 정보를 표시할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가장 대표적인 출입 금지 구역인 미국의 51구역, 정식 명칭 크롬레이크 공군 기지를 구글 지도 위성 모드에서 검색하면 어둡게 표시되어 자세히 보이지 않지만, 그에 비해 북한의 청와대, 주석궁은 환하게 잘 보인다. 아마도, 약간의 블러 처리는 하는 듯하다. 사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구글 지도를 사용하는 포켓몬GO의 국내 출시가 더 늦어지고 어려웠던 점도 있다. 바로, 국가 안보 위협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보이지 말아야 할 국가 안보 지역의 정보 노출은 아직 전쟁 중인 분단국가에서 위험하다고 판단된다는 것이다.
구글과 국내 정부의 구글 지도 반출에 대한 정확한 사정은 이와 같은 주장에서 나온다. 구글은 자사 서비스를 제대로 갖추고, 구글 지도를 통해 개별 기업들이 다양한 서비스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기 위한 지도 정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반면, 정부는 이에 관한 주장에 국가 안보 문제와 연결했다. 구글은 한국의 분쟁국인 것을 고려하지 않고 한국의 안보 특수성을 무시하여 보안 시설이나 외부로 드러내지 말아야 위치를 고스란히 지도로 드러내 정보를 외부로 유출하려 한다는 것이다. 조금 더 덧붙이자면 구글에서 요구하는 지도 데이터는 1:5000의 수치지형이다.[5] 이는 상당히 자세한 정보를 담긴 지도로 이 정도면 땅의 모양새가 높낮이 등이 정확하고 상세하고 나타낼 수 있는 수준이다. 여기에 구글의 위성 지도까지 결합하면 국가 보안 시설은 고스란히 외부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에 대해 정부가 최소한으로 원하는 것은 그런 국가 안보 지역이 블러 처리가 된 지도의 반출만 허용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그 위치에 있어야 할 건물에 산만 있는 것처럼 이미지 작업을 마친 마치 네이버나 다음과 같은 지도의 반출만 허용한다는 것이다. 실상 네이버는 주석궁의 정보는 담지 않았지만, 위치 이미지는 그대로 보여준다.
정부의 주장이 완전한 어불성설은 아니다. 정부의 주장대로 한국은 분단국가, 엄밀히 전쟁 중인 나라이기 때문에 이러한 주요 시설의 블러 처리는 필요하다. 이게 국민만 눈 가려놓고 아웅 이어서 문제인 것이지, 필요성은 충분하다고 본다. 더욱이, 한국의 군부대 등 국가 보안 시설 블러 처리 요구에 구글은 거부했지만, 대만 보안 당국의 요구에는 협의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명백히 우리 정부와의 다른 협의 태도를 보인 것도 사실이다. 여기에 대한 구글 입장은 앞서 얘기한 것처럼 다른 지도 서비스에서도 이미 표시가 되니 그에 대한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 우리에게 보인 입장이다. 구글이 대만에게 보인 것은 대만이 중국을 비롯한 주변 국가와 영유권 분쟁이 있는 지역이므로 주변국의 반발이 거세질 상황을 우려하여 이 상황을 회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언론매체에서는 이를 구글의 이중잣대라고 표현하기도 한다.[6]
그렇다면 정부의 말처럼 일부 지역을 블러 처리해달라고 하면 괜찮지 않을까. 하지만 이는 구글 입장에서 좀 어려운 일이다. 구글 어스 기준으로 블러 처리가 되는 국가는 상당히 적다. 가장 대표적인 국가가 미국과 이스라엘 정도가 있을 것이다. 이들처럼 우리도 블러 처리를 요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구글은 엄연히 미국의 기업이다. 그러므로 구글인 미국의 법을 준수해야 하며 미국이 하라면 따를 수밖에 없는 갑을 관계인 것이다. 더욱이, 만약 구글 선에서 한국만 블러 처리를 해준다면 다른 수 여러 국가에서도 반발이 일어날 수 있어 이에 대해 조심스러운 것이 당연하다. 한마디로 우리의 요구를 구글에서 듣는다면 다른 국가의 블러처리 요구를 거부할 명분이 사라지는 셈이다. 따라서 결국 구글 지도의 블러처리를 요구하려면 구글이 아닌 미국 정부와 직접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므로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실제로 구글 지도 반출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까. 일단, 이미 구글 지도에는 우리의 정보가 훤히 드러나 있다. 구글 지도에서 국가 기밀 시설을 검색하면 지역 그대로의 모습이 찍힌 위성 사진을 확인할 수 있다. 이미 국가 안보를 말하기 이전에 이미 뚫려 있다는 것이 사실이다. 이는 구글 지도뿐만이 아니다. 빙, 랜드맥낼리, 맵퀘스트, 야후 등 외국의 여러 지도 서비스에서도 실제로 블러 처리를 하지 않고 그대로 보여준다. 이는 구글 지도만 막아서 될 문제가 아니며, 국가 안보 시설을 보고 싶다면 충분히 볼 수 있단 얘기다. 그렇다면 정부는 왜 이미 구멍이 숭숭 뚫린 ‘국가 안보’ 이슈를 끌어다 연결해 관련 없는 싸움을 하는 것일까.
그 전에 앞서 구글 지도 반출의 이득은 무엇이 있을까. 구글이 말한 양질 높은 서비스 제공을 좀 더 풀어서 이야기해 보겠다. 구글 지도는 외국에서 어마어마한 점유율을 나타내고 있어, 서비스 대부분은 구글 지도를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예를 들어 미국의 테슬라 자동차는 한국에서 자율주행 기능이 있는 자동차를 출시하려 했지만, 이 자율 주행 기능의 기반이 되는 구글 지도를 이용할 수 없어 Waze라는 사용자들의 기여로 지도를 만든 네비게이션 앱의 지도를 사용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사실상 한국에서 테슬라 자동차의 자율주행 자동차 기능을 100% 사용하기란 거의 불가하다. 또 다른 예시로 우리나라 사람이 외국으로 나가 여행을 하게 된다면 일반적으로 구글 지도를 사용하겠지만, 외국에서 우리나라로 여행 오면 경우 구글 지도를 사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즉, 외부인에게 우리나라는 그냥 알 수 없는 원시림과 같아, 한국에서 지도 쓰기를 포기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구글 지도 반출이 허가되었을 때 받는 여러 장점은 확실하게 있으므로, 이 논쟁은 더 주목받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진짜로 정부는 반대할까. 이에 대해서는 2부에서 이야기해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