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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gle Map, 한국을 뚫어라
2017 10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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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정부는 왜 반대할까. 사실 정부가 무엇 때문에 반대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정부가 속 시원하게 얘기해주지 않는 이상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 하지만 간단하게 이런 선택으로 이득을 본 이들이 누구인지 살펴보면 조금은 알 수 있지 않을까. 가장 먼저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구글 지도와 한국에서 사용하는 국내 지도가 조금 다르다는 것이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네이버와 다음 지도는 군부대와 같은 국가 시설을 지도에서 마치 숲처럼 필터링하여 보여준다. 예를 들어, 구글 지도에서 ‘논산 훈련소’를 검색하였을 경우, 주변 마을과 대략적인 건물 위치 등이 보이지만, 네이버에서 ‘논산 훈련소’를 검색하면 커다란 숲 지역으로 보인다. 이런 식으로 네이버와 다음은 지도에서 여러 개의 지역을 필터링하여 서비스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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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국내 지도의 필터링 서비스를 통해서 숨겨져 있는 장소가 있다. 예술가인 막스 노이퍼트는 국내 지도와 구글 지도를 비교하여 ‘18개의 비밀 골프장’라는 소책자를 펴내 전시회를 열기도 하였다.[1] 소책자가 담고 있는 것은 구글 위성 지도에서는 보이지만 국내 지도에서는 보이지 않는 18개의 은밀한 골프장 지도였다.[2] 실제로 그 지역을 국내 지도에서 검색하면 이미지가 필터링 되어 단순히 숲 혹은 그 지역에 있기 어색한 시설의 모습으로 보인다. 이렇게 숨겨진 골프장들은 군부대 안에 있는 ‘군사 시설’로 간주하여 군 부대의 간부 혹은 몇몇이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숨겨진 골프장인 것이다. 예를 들어, 네이버에서 ‘서산 체력단련장’을 검색한 것과 구글 지도에서 ‘서산 체력단련장’을 검색한 것을 보면 무언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곳곳에 숨겨져 있는 골프장들을 보면 무언가 숨기고 싶은 마음으로 구글 지도 반출을 거부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국내 지도 서비스가 필터링을 통해 이러한 것들을 감추더라도, 구글 지도를 통하면 어김없이 다 보인다는 것이다. 구글 지도만이 아니라 국내 지도가 아닌 외국 계열의 지도 서비스라 하더라도 여과 없이 보인다. 더욱이, 국내에서 거주하는 미군 부대도 국내 지도에서는 필터링이 되고, 구글 지도에서는 여과 없이 보여진다. 미국에서도 필터링하지 않은 미군 부대를 국내는 국가 안보 문제로 필터링한다는 것이다.[3] 결국, 안보 문제라고 여겨 국내 지도 서비스가 제공하는 필터링은 쓸데없이 공들인 작업이라는 얘기다. 이에 대해 18개의 비밀 골프장이라는 소책자를 펴낸 막스 노이퍼트가 얘기하기를, “검열되지 않은 이미지를 공짜로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지역을 검열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무의미한 것처럼 보인다. 한국 내 지도에서 이런 지역을 가리려는 노력은 아무런 실익이 없는 시지푸스의 행위 같은 것이다.”라며, 이야기했다.[4] 이렇게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이런 식의 필터링으로 이득을 보는 이들은 누구일까.

구글 지도 반출이 허가되면 상대적으로 위기감을 느낄 이들은 또 있다. 바로 지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국내 대형 포털 사이트들이다. 사실 국내에서 구글 지도 반출을 막으면서, 그 사이에서 무섭게 자라난 것이 있다면 국내에서 제공하고 있는 지도 서비스다. 특히나 네이버는 국내에서 지도 서비스 점유율 72.7%를 갖고 있는 거의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5] 이러한 상황에서 경쟁사가 없는 지도 서비스가 스스로 자라나기는 만무하다. 따라서 외국어 지원은 고사하고, 흔한 한문표기조차 없는 국내 지도 서비스는 순전히 한국인만을 위한 한국 지도가 되어버린 셈이다. 즉, 시대에 뒤떨어진 오로지 국내만을 위한 갈라파고스 지도를 만들어버린 셈이다. 이 같은 이유로 외국인들이 국내에 관광 오게 되면, 한국 지도를 포기하고 건물과 거리만 보이는 단순한 정보가 표시된 지도만으로 관광하며 어렵게 여행을 하고 있다고 한다.[6]

갈라파고스 지도의 문제점은 사용자만이 아니다. 앱과 같은 다른 기술에서 지도 서비스를 사용하려면 개발자들은 지도 API를 가져와 적용해 사용한다. 이러한 지도 API는 구글만이 아니라 네이버, 다음 등 다른 외국 지도들까지 자신들만의 API를 가지고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대부분의 개발자는 보통 구글 API를 적용하여 많은 서비스를 내놓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테슬라의 자율주행 자동차도 구글 API를 사용하였고, 포켓몬 GO도 구글 지도 서비스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국내는 구글 지도 반출을 거부하였으니, 앞서 얘기한 두 개의 서비스 외에도 다른 수 많은 서비스를 국내에서는 사용하기 불가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보통 국내 개발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공짜인 구글 지도보다 기술적으로 더 떨어지고 유료인 국내 지도 API를 사용하곤 한다. 아마 이런 면에서 만약 구글 지도 반출이 허가된면 가장 활기를 보일만 한 시장도 이런 부분이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여러 개발자가 세계를 향해 날개를 펼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아무튼, 이러한 이유에서인지 국내 지도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형 포탈 사이트들은 구글 지도 반출에 상당한 반대 의사를 내비쳤다. 특히나 대형포탈 사이트 관계자들은 구글 지도 반출에 반대하면서 정부가 우려하는 국가 안보은 기본으로 국내 산업계가 구글에 종속될 것을 우려하고, 심사 등에 역차별이 발생하여 공정 경쟁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반대 의사의 말을 전했다.[7] 참고로 주변 적국으로부터 위협을 받거나 전쟁 중인 중국, 터키, 이스라엘 등도 구글 서비스는 어김없이 잘 제공된다. 물론 곳곳에 블러 처리가 되어 있지만, 이는 미국 정부에 직접 요청하여 처리한 것으로 앞서 얘기한 바가 있다. 그리고 아시아에서 구글 지도 반출을 허하지 않은 나라가 북한과 대한민국, 중국 뿐이라면, 중국과 북한은 공산국가라 그렇다치고, 민주국가인 한국이 구글 지도를 못 쓰게 하는 것은 국내 포털 사이트 및 통신사의 텃세라고밖에 보이지 않는다. 과연 그들이 우려한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할 뿐이다.

정부와 구글 사이에서 구글 지도 반출 허가에 따른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가운데, 또 다른 한 가지 처방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구글의 서버를 한국에 설치하라는 것이다.[8] 예를 들어 구글의 지도를 다른 통신사의 지도 데이터로 내보내면 반출 논란이 당연히 없어진다. 하지만 구글은 국내에 서버를 지으려 하지 않는다. 물론 이것이 어떤 의도로 그러는지는 알 수 없다. 구글은 전 세계 지도 데이터를 현재 15개 국가에 있는 데이터 센터에 분산하여 배치하고 클라우드 기반으로 운영하고 있다.[9] 이 15개 국가에 있는 데이터 센터에서 어떤 한 나라의 데이터만을 돌리기 위해 그 나라에 서버를 설치한 일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더욱이 이렇게 지역에 데이터를 묶어버리면 안정성 유지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짓는 것에 대한 것을 요구하는 것은 억지일 수도 있다. 서버는 존재하는 국가의 법 규정을 따라야 하므로 국내에서 서버를 설치하게 되면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 이런 점이 싫어서 구글이 서버를 국내에 안 지었을까. 세금 문제를 제하고 적당한 기후와 저렴한 산업용 전기로 인해 오히려 데이터 센터를 다른 지역보다 한국에서 짓는 것이 더 유리하다.[10] 이런 이유로 11년 전에 구글은 한국에 데이터 센터를 지으려고 하였지만, 강압적인 압수 수색 등과 같은 정부의 갑질로 인해 결국에는 무산되었다는 얘기가 있다.[11][12] 결국, 정부에서 내건 또 다른 방책으로는 이전에 정부가 했던 일로 인해 어처구니없게 가능성이 낮아진 셈이다.

2016년 11월 18일 결국 정부는 구글 지도 반출에 대해 불허 결정을 내렸다.[13] 이러한 결정에 대형 포탈 사이트의 관계자들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이런 결정에 안도했다. 그들 중 한 이는 “반출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후에 ‘이완용’같은 사람으로 평가받을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했으며, 또 다른 이는 국내 지도 산업이 붕괴한다면서 국민의 세금으로 만든 지도가 공공재로써 자국민의 이익이 제일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14] 또한, 국민의당이 이에 대해 적극 반대에 나서고 있어 안보상에 위협과 국내에 서버를 두지 않는 외국 기업을 위해 국내 지도 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15] 이 때문에 그들의 결정과 반응, 그들이 한 말에 대해 뿔이 난 많은 이가 자신들의 생각과 여러 의견 글들을 온라인에 적어 내리며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특히나, 구글 지도 반출에 의한 수 많은 개발자의 기대와 신기술, 신 서비스를 기대했던 여러 이들은 이러한 결정은 시대에 뒤떨어지는 결정이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당장 앞으로 있을 평창 올림픽에서 그땐 어떤 지도를 사용하도록 권장해야 할까. 과연 누구를 위한 결정이었을까.

유성경 yuopboy@grayhas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