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C
그럴 듯한 해킹 영화 ②
2017 04 23
  • Facebook
  • Twitter
  • Copy URL

영화 속 해킹은 화려하다. 1부에서 언급한 세 편의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면 이번에는 영화 느낌 확 오는 영화 세 편을 소개해보려 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1부보다 2부에서 소개하는 영화가 훨씬 재미있다. 더욱이 허구적인 요소가 더 돋보여서인지 해킹 기술과 관련한 부분도 1부보다 훨씬 더 많이 보여준다. 본 글은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으니 이를 원하지 않는다면 큰 글씨만 읽는 것을 추천한다.

네 번째 영화, ‘다이하드4’다.

이미지를 불러오는데 실패했습니다.

영화 다이하드4는 유명한 액션 영화 다이하드의 네 번째 이야기다. 액션과 해킹의 조합이 무슨 말인가 싶지만, 생각 외로 영화 초반부터 해킹으로 시작하여 해킹으로 끝난다. 주먹다짐하며 총구를 머리에 겨냥하던 전작들과 달리 해킹을 통해 서로의 판세를 뒤엎으며 영화는 전개된다. 전작이 12년 전에 나온 것치곤 사람들의 관심과 기대가 컸음에도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았다. 더욱이, 시리즈 영화치고는 갈수록 재미없다는 속설을 가볍게 무시할 만큼 꽤 좋은 흥행이었다.

다이하드 시리즈를 하드캐리하고 있는 뉴욕 경찰 소속 존 맥클레인은 전 작으로부터 12년이 흐른 후에 모습으로 시작한다. 그는 미국의 독립 기념일에 있었던 해킹 사건의 용의자로 해커인 메튜 패럴를 연행하던 중 어떤 괴한들에게 습격을 받는다. 정확히 말하면 존 맥클레인이 아닌 해커 메튜 패럴이 공격을 받는다. 그 이유는 전 정부 요원인 토마스 가브리엘이 자신의 계획, 파이어 세일을 저지할 수 있는 해커를 모두 죽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와 동시에 미국 전역에 퍼져있는 네트워크를 공격하기 위함이었다. 메튜 패럴은 존 맥클레인 덕에 목숨을 건졌지만 도시는 토마스 가브리엘의 계획으로 혼돈의 도가니였다. 교통, 통신, 금융, 전기 등 모든 네트워크가 테러리스트 손에 들어가고 미국은 공황 상태에 빠졌다. 하지만 맥 클레인이 구해준 해커 매튜 패럴 손에 이를 저지할 만한 능력을 갖추고 있었고 육체파 존 맥클레인과 해커인 매튜 패럴이 손을 잡고 파이어 세일을 저지하기 시작한다.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해킹의 규모는 남다르다. 사용자가 ‘Delete’ 키를 누르면 컴퓨터가 폭발하는 악성코드와 정해진 시간이 되면 시스템에 전원을 넣기도 한다. 각 시스템의 암호를 풀고 한 국가의 교통 시스템을 마비시켜 모든 차량이 도로 위에서 맴돌게도 한다. 이 외에도 국가에서 운영하는 산업 기반 시설을 악성코드를 이용하여 시스템을 감염시키고 이를 제어한다. 금융과 모든 통신망을 제어하고 가스, 수도, 전기, 원자력 국가에서 제어하는 모든 것을 해킹한다.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해킹 공격으로 국가는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해커들이 한 번쯤은 생각해볼 법한 한 국가를 초토화하는 해킹은 다 때려 박은 영화라고 볼 수 있다.

누군가의 말을 빌리자면 해킹분야에 몸을 담고 있다면 한 번쯤은 국가에 큰 혼란을 줄 수 있는 해킹을 생각해보는 것도 하나의 로망이라 생각된다. 다이하드4는 그런 로망을 담은 해킹영화계의 판타지 같은 영화가 아닐까 생각된다. 물론, 판타지 영화라고 해서 현실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 이미 국가 기반의 산업 시설을 해킹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대표적으로 스턱스넷은 이런 산업 기반을 제어할 수 있는 국가적 바이러스로 이란 핵 발전소 해킹에 쓰이기도 했다. 하지만 영화에서처럼 너무나 빨리 정보를 빼가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해킹에서 공격하려는 시스템에 대한 정보는 해커가 들어갈 수 있는 경로를 더 빨리 찾느냐의 문제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아마도 영화의 특성상 짧은 시간 내에 많은 것을 보여주어야 해서 그렇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 외에도 영화의 주인공인 맥 클레인이 아무리 날고 뛰어봐야 다이하드 1부터 여전히 경감인 것을 보면 12년 동안 진급 못 한 맥 클레인이 안타깝기도 하다. 아무튼 해커들의 로망을 담은 영화 다이하드 4다.

 

다섯 번째 영화, 해커스다.

이미지를 불러오는데 실패했습니다.

해커스는 1995년도에 나온 영화치고는 생각보다 재미있는 영화다. 이 영화는 케빈 미트닉이라는 상당히 유명한 해커의 실제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각색하여 만들어진 영화라고 한다. 케빈 미트닉의 일화는 너무나도 유명하여 해커라면 누구나 아는 인물이기도 하지만 영화화가 되기 전에 책의 소재로 많이 사용되기도 했다. 영화 소개에서는 그렇다고 하는데 앤젤리나 졸리가 예뻐서 그런가 영화를 보면서 느낀 거지만 어디에 케빈 미트닉이 보이는지는 잘 모르겠다.

뉴욕에 대학교를 다니는 주인공인 데이드 머피는 11살 때, 전 세계 1,507대의 컴퓨터를 바이러스에 감염시켜 세계 경제에 혼란을 준 이력이 있는 상당히 실력 좋은 해커다. 이 때문에 그는 18세까지 컴퓨터 근처에 가지 못한다는 판결을 받아 한동안은 컴퓨터를 하지 못했다. 그가 18세가 되던 해 데이드 머피는 새로운 학교로 전학을 가게 되고 거기서 다른 해커 친구들을 만난다. 그는 거기서 또 다른 해커 친구들을 만나게 되고 그들과 함께 다니면서 장난삼아 해킹을 하며 지낸다. 물론, 앤젤리나 졸리를 꾀기 위함도 있었지만 말이다. 아무튼, 데이드 머피와 함께 다니던 무리 중 한 명이 다른 시스템을 해킹하던 중 또 다른 컴퓨터 천재 시스템에 들어가게 되고 거기서 해커의 파일 하나를 복사해서 가져온다. 하지만 이 파일은 상당히 위험한 파일로 이 때문에 데이드와 해커 친구들은 위협을 받게 된다. 

이 전에 소개한 다이하드가 국가를 위협하는 해킹이라면 이 영화에서 나오는 해킹은 아이들 장난 같은 해킹이다. 물론 쓰임새가. 그들은 바이러스를 제작하여 배포하기도 하고 이를 이용해 학교 시설 및 학생 정보를 조작하기도 한다. 교통 신호 조작, 서버에 침투하여 시스템을 마비시키기도 하며 은행에 침투하여 은행 시스템에 도스 공격을 날리기도 한다. 당시 시대의 암호 사용을 잘 반영해서인지 사용된 3~4글자의 짧은 암호를 유추하기도 한다. 실제로 그런진 모르지만, 암호로 가장 많이 쓰이는 단어는 love, secret, sex, god이라고 한다. 또한, 그들은 위성을 제어하여 방송을 송출하고 회사 회계팀이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고 데이터 조작을 하기도 한다. 한 가지 더, 컴퓨터를 사용한 흔적을 찾는 포렌식 기법도 보여준다.

옛날 영화여서 인지 실제로는 재미없을 화면들을 적당히 잘 포장하여 장면을 연출했다. 또한, 영화여서인지 몰라도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해킹이 죄다 뚝딱 이루어진다. 하지만 옛날 영화라고 해도 2017년에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만한 여러 해킹 기술이 나오기도 한다. 그뿐만 아니라 당시에는 포렌식 분야라는 것도 명확하게 없었을 터인데 컴퓨터 사용 흔적을 찾는 포렌식이 나오는 것도 인상적이다. 포렌식을 하는 장면은 해킹하는 장면보다 좀 더 오래 걸렸다고 묘사해준다. 생각해보면 주인공들이 해킹 천재 컨셉을 잡아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누군가의 말을 빌리자면 이런 천재 해커 컨셉은 좀 자제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무튼, 이 영화의 가장 포인트는 앤젤리나 졸리는 20살 때부터 매우 섹시했다는 것이다.

 

마지막 여섯 번째 영화, 후엠아이다.

이미지를 불러오는데 실패했습니다.

후엠아이는 2014년에 제작된 독일 영화로 해킹을 속고 속이는 마술과도 같다고 표현했다. 영화에 나오는 인물과 모든 해커의 우상 MRX는 자신만의 해킹 룰이 있다. 첫째, 뚫지 못하는 시스템은 없다. 둘째, 불가능을 목표로 하라. 셋째, 사이버 공간과 현실 세계 모두 접수하라. 상당히 해킹이 아름답게 표현한 영화 중 하나로 이 영화는 독일 박스오피스 1위를 찍으며 할리우드에서도 리메이크되기도 했다. 

영화의 여주인공인 벤자민은 짝사랑하는 마리를 도와주기 위해 학교 서버를 해킹하다가 붙잡히게 된다. 그렇게 사회봉사를 하게 된 벤자민은 거기서 사기꾼 맥스를 만나게 되고 소프트웨어 전문가 스테판, 하드웨어 전문가 파울을 만나게 된다. 이들은 해킹하기 위해 모였고 해커들의 우상 MRX의 인정을 받기 위해 클레이라는 그룹으로 뭉쳤다. 클레이는 해킹을 하면서 다크웹에서 점차 유명해지기 시작하지만 MRX는 이를 애들 장난이라고 되받아친다. 클레이는 MRX의 인정을 받기 위해 할 수 없이 더 큰 곳을 목표로 연방정보국을 털기로 한다. 클레이의 해킹은 성공했지만, 다음 날 한 해커가 살해당하면서 일이 꼬여버린다. 이 꼬여버린 일을 해결하기 위해 벤자민은 고군분투하며 해결해나가는 전개를 보여준다.

이 영화에서 나오는 해킹장면은 생각보다 디테일하다. 실제로 영화 장면에서 보여주는 명령어는 실제로 존재하는 명령어다. 벤자민의 시스템 해킹 기술, 맥스의 사회공학 기법, 하드웨어 해킹의 파울, 소프트웨어 해킹의 스테판 이 네 사람의 해킹이 주된다. 영화의 주인공인 벤자민은 클레이에 들기 위해 한동네에 있는 전기 전원을 제어하는 것쯤은 일도 아니다. 노트북에 연결된 네트워크를 바꿔 프리젠테이션 도중 다른 영상으로 바꿔치기도 하며 금융권을 해킹해 주식방송을 제어하고 제약회사의 건물을 해킹하여 건물의 전기를 제어하기도 한다. 회사를 털기 위해 쓰레기를 뒤지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쓰레기 더미에서 찾은 카드 속에 정보국 직원의 친구로 속여 악성코드가 담긴 메일을 보내어 직원 컴퓨터에 악성코드를 설치하기도 한다. 외에도 온라인 통신 판매점의 주문 시스템 해킹, DDos 유포를 하기도 한다. 이 영화에서 한 가지 재밌는 점은 케빈폴슨의 유명한 일화도 나온다. 라디오의 전화 라인을 조작하여 모두를 차단하고 주인공들의 전화선만 남겨 포르쉐 상품을 가져오기도 한다. 외에도 3초마다 IP를 바꿔 추적이 어렵게도 하며 유로풀 시스템에 트로이 목마 심기도 한다.

후엠아이 영화에서 나오는 해킹 기술은 다른 영화에서는 연출하는 해킹 장면처럼 검은색 바탕에 의미 없는 글을 보여준다기보다 상당히 그럴듯한 장면을 보여주어 영화에서 나오는 해킹 기술이 더 돋보인다. 영화에서 사용되는 명령어도 실제 존재하는 명령어라서 더 재미있다. 영화를 보게 된다면 명령어를 한 번 사용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영화의 줄거리적인 측면에서 이야기하자면 앞서 추천한 영화 보다는 후엠아이가 확실하게 필자의 취향이긴 하다. 뻔한 줄거리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지만, 생각보다 재미있게 봤다. 만약 앞서 이야기한 영화 중 딱 한 개만 보고 싶다면 이 영화를 추천한다. 영화 후엠아이다.

그럴 듯한 해킹 영화 ①

=> 그럴 듯한 해킹 영화 ②

유성경 yuopboy@grayhas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