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메르스가 유행할 때 동아줄처럼 나타난 것이 있다. 정부에서도 일급비밀처럼 다루던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면서 웹 사이트가 오픈했을 때는 접속량이 많아 서버가 다운까지 될 정도로 화려하게 나타났다. 이 사이트의 이름은 ‘메르스 맵’이다.
2015년 5월 20일, 대한민국에는 중동호흡기증후군, 메르스(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 MERS)가 나타난다. 6월 1일 최초 사망자가 나오고, 치사율 41%, 사망자 수도 최초 발생 국가 사우디 다음인 세계 2위, 감염자 수도 세계 2위를 기록한다. 미숙한 초기 대처와 대응이 화를 부른 셈이다. 최초 감염 환자는 보건복지부에 검진을 요구했으나 보건복지부에서는 이를 무시하다 마지못해 했다는 얘기가 있다.[1] 정부에서는 메르스 감염자가 나타난 병원, 지역을 감추기 바빴으며 낙타가 없는 국가에서 낙타를 조심하라는 국내 상황과 전혀 맞지 않는 이야기를 전하곤 했다.
메르스 맵은 이런 정부의 답답하고 속 터지는 대처상황에서 혜성처럼 나타났다. 메르스 맵은 메르스 감염 확진 환자가 나온 병원정보를 알리고 공유하는 일명, 메르스 확산 지도 사이트이다. 이 사이트가 나오고 정부가 한발 늦게 병원을 공개한다고 발표했지만 이미 신뢰는 잃었다. 이 사이트는 시민들의 제보로 운영되었으며 프로그래머 몇 명이 주도적으로 만들었다. 유언비어만 난무하여 혼란을 주던 그때 탁월한 한 수였다.
메르스 맵을 주도적으로 만든 개발자는 메르스 사건이 다시 잠잠해지고 서비스를 종료했지만 당시 많은 이들이 이 메르스 맵을 인상 깊게 본 것 같다. 이렇게 시민들이 직접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시빅해킹의 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시빅해킹이란 시민의 뜻인 시빅(civic)과 문제를 신속하고 창의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나타낸 해킹(hacking)의 합성어다. 즉, 정부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풀어나가는 일종의 사회활동이며 운동이다. 시빅해킹을 처음으로 시행했던 코드 포 아카데미[2]에서는 '시빅해킹'을 아래와 같이 정의한다.
Civic hacking is people working together quickly and creatively to help improve government. — Jake Levitas
며칠 전 지진이 났던 상황에서도 예상치 못한 지진활동에 사람들은 한껏 놀랐다. 이후 나온 것이 ‘지진희알림’이다. 지진희알림은 지진희 갤러리(지진 갤러리)에 올라오는 정보를 취합하여 지진이 올 것 같다고 판단되었을 시에 지진이 올 것을 알려주는 어플이다. 현재 지진희알림은 서비스가 되고 있으며 21일 경주에서 일어난 지진을 기상청 발표보다 더 빨리 알렸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다.[3] 이 또한, 시빅해킹의 한 일례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시빅해킹은 꼭 컴퓨터를 잘 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만들 수 있고 문제에 적절한 솔루션이 된다면 사용할 수 있다. 다음은 코드 더 아카데미에서 알려주는 시빅해킹하는 방법이다.[4]
먼저 지역 문제를 풀기 위해 지역 상황, 지역에 관한 정보를 알아야 한다. 아래 사이트에서 지역을 검색하면 지역 상황, 지역에 대한 정보를 어느 정도 알 수 있는 사이트이다.
한 가지 단점은 로컬위키같은 경우는 지도를 기준으로 지역 정보를 기록할 수 있는 사이트임에도 불구하고 외국 사이트이다 보니 국내에서는 잘 사용되지 않아 국내자료가 별로 없다. 이 사이트가 국내에서 어느 정도 활성화되면 좀 더 괜찮겠지만 현재는 나무위키에서 검색하는 것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나무위키같은 경우는 실제 거주민이 작성해 놓았을 확률도 높고 지역주민만 아는 정보도 곁들어서 정리된 편이다. 하지만 일반 검색이 위주인 사이트라 지역 정보를 확인하는 데 불편함이나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둘째로 오픈 데이터를 활용한다. 공공적으로 사용되는 정보에는 공시되어 있지만 알기 힘든 정보들이 많다. 그런 정보들을 이용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나 버스 시간이나 세금에 관한 정보들을 통해 ‘버스알리미’나 ‘내가 낸 세금은 어디에 쓰일까?’처럼 사용될 수 있다. 아래에는 공공기관에서 생성하고 관리하는 자료 중 오픈된 정보를 모아놓은 사이트이다.
셋째로 지역 정보와 공공 정보를 취합하여 문제를 해결하고 보여줄 수 있는 웹사이트, 어플리케이션과 같은 코드가 필요하다. 보통 시빅해킹에서 사용되는 코드는 오픈소스로 되어있어 꼭 개발자나 IT를 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활용 및 사용을 할 수 있다. 오픈소스는 프로그램의 코드가 오픈되어 있어 다른 이들이 가져와 사용할 수 있는 무료 소스라고 보면 된다. 따라서 비슷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면 오픈 소스로 된 코드를 가져와 해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소화전 입양하기’ 코드는 ‘사이렌 입양하기’와 ‘배수구 입양하기’로 재사용되었다.
‘소화전 입양하기’[5]는 미국 동부에 폭설이 덮쳤을 당시 소화전이 눈 속으로 파묻히게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눈보라가 불어 전신주가 쓰러지면서 화재가 많이 났지만 소화전이 파묻혀 있어 불을 끄기 어려웠다. 이를 본 시빅해커들은 소화전의 위치를 표시해주는 사이트를 만들었고 이를 다른 이들이 입양해갈 수 있도록 도와 불이 나더라도 빠르게 대응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코드는 하와이에서 재활용된다. 하와이에서는 폭설이 아닌 쓰나미였고 당시에는 경보기 배터리가 도난당해 경보기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시빅해커는 이를 보고 소화전 입양하기 코드를 가져와 ‘사이렌 입양하기’[6]로 재활용하여 경보기를 입양해 갈 수 있도록 도와 스스로 관리를 하고 복구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외에도 이 소스는 오클랜드와 시애틀에서 ‘배수구 입양하기’[7]로도 쓰인다.
아래에는 시빅해킹에서 사용된 몇 개의 오픈소스이다. 이 외에도 많이 개발되고 있어 검색하면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사이트가 만들어지면 커뮤니티가 생성되어야 한다. 물론 문제에 따라서 공공정보만으로도 해결이 가능한 문제가 있고 다른 시민들의 제보를 공유해서 해결하는 문제로 나뉠 수 있다. 전자는 ‘열린 정부’의 형태를 띄고 후자의 경우는 ‘공동체 활동’의 형태를 띈다. 예를 들자면 국내 시빅해킹 중 ‘우리의 세금은 어디로 가는가’[8]는 열린 정부에 가깝고 ‘메르스 맵’은 공동체 활동에 가깝다. 이런 공동체 활동의 형태를 띄는 경우에는 활발한 정보공유가 필요하다. 이런 경우에는 보통 갑작스러운 문제가 생겼을 시에 많이 나오는 형태로 자발적으로 커뮤니티가 생성될 것으로 생각한다. 일상에서 보이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빅해킹에서는 열린 정부의 형태가 많이 보인다. 외국의 코드 포 아카데미처럼 국내에서도 ‘코드 포 서울’[9] ‘코드나무’[10]가 주기적인 모임을 하며 이러한 열린 정부의 형태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시빅해킹을 많이 한다.
만약 내가 개발자라면 다른 이들을 도울 수 있는 코드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개발자가 아니더라도 내가 하고 할 줄 아는 일이 분명 도움이 될 수 있다. 사람들을 돕는 데 쓰임을 받는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라 생각되다. 또한, 이런 사회적인 운동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뜻깊은 일이 될 것라 생각된다. 말 그대로 시빅해킹은 다양한 재능을 가진 시민들이 참여하여 창의적으로 문제를 풀어나가는 과정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