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HBO 해킹 사건 외에도 HBO는 사실 이전에도 해킹당한 적이 있다. 하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해킹처럼 서버에 침투하여 직원과 회원들의 개인정보, 자료들을 탈취한 경우는 아니다. HBO의 해킹 사건은 전파납치라고 불리는 것으로 방송국에서 내보내는 신호를 납치하고 조작된 신호로 바꾸어 시청자들에게 보내는 것이다.[1] 전파납치는 TV가 보급되고 아주 오래전부터 간간이 보였던 해킹으로 장난처럼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나, TV보다 더 쉽게 전파납치를 할 수 있는 라디오 전파납치는 더 빈번하게 일어났다. 반면, TV는 음성, 화면 각각의 신호처리가 다 다르고 그 구조도 복잡하며 장비도 적절치 않기 때문에 쉽지도 않고 사례도 적다.
그렇다면 방송국에서 내보내는 전파라는 것은 뭘까. 전파(radio wave)란 전자기파의 한 종류로 일종의 파동이다. 이 파동 안에는 정보를 실어 나를 수 있는데 빛이나 공기 중에서 잘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원하는 정보를 멀리까지 보낼 수 있다. 우리가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리모컨, 전화, 라디오, TV 등 무선으로 보내는 정보는 모두 전파로 이루어진다.[2] 그러므로 전파납치는 이 전파의 내용을 바꿔치기하는 것이다.
전파납치(broadcast signal intrusion)의 정확한 원리는 방송 채널에서 보내는 주파수의 신호를 더욱 더 높은 전력으로 전송하여 본 방송의 신호를 무시하고 전송하는 신호를 통해 원하는 방송을 내보내는 것이다.[3] 즉, 방송국에서 보내는 신호보다 더 강한 신호를 내보내어 방송국의 전파를 압도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전파납치는 방송국에서 사용하는 송신기를 압도할 또 다른 송신기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일이다. 이 방법 외에도 직접 방송국에서 사용되는 송신기에 물리적으로 직접 연결하는 방법이 있다. 이 방법은 방송국에서 내보내는 전파가 안테나를 통해 퍼지기 전에 이를 조작하여 변형된 전파를 내보내는 것이다.[4]
전파납치를 구현하는 것은 어렵고, 그 영향을 받는 범위도 넓어 이러한 사례가 있다는 것만으로 뉴스거리가 된다. 이러한 사례는 대표적으로 다섯 개의 사건이 많이 소개되는데 대표적으로 두 개만 간단히 이야기해볼까 한다. 먼저 언급한 HBO 전파납치 사건에 대해 말해보겠다.
HBO의 전파납치 사건은 다른 전파납치 사건과 비교하면 동기가 뚜렷하다. 1986년 4월 27일 오전 12시 32분경, 플로리다 주에 사는 John R. MacDougall라는 이는 자신이 다니고 있는 회사 Central Florida Teleport의 장비를 이용해 HBO 방송사의 전파를 납치한다.[5] 당시 Pee-wee's Big Adventure 영상이 방영되던 와중이었고 화면은 4분 30초 동안 지속하였다. 그는 HBO의 비싼 요금제 때문에 화가 나서 이에 대한 항의성으로 메시지를 보냈는데, HBO측의 송신기 출력 125W를 2,000W로 올려 전파를 납치했다고 한다.[6] 특히 그는 짧고 간결한 메시지를 통해 자신의 메시지를 정확하게 보였고, 다른 이의 피해를 최소한으로 하려고 일부러 시청자가 적은 새벽 시간에 수행했다. 그는 합법적으로 승인받지 않은 영상을 전송한 혐의로 기소되었으며 5,000달러의 벌금, 1년의 집행유예를 받았다.[7] 아래는 그가 내보낸 영상이다. 그의 메시지를 보면 그의 동기가 정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8]
반면, 1987년 11월 22일에 발생한 Max Headroom 사건은 HBO의 전파납치처럼 뚜렷한 동기도 보이지 않는다. 이 사건의 범인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며, 전파납치는 같은 날 두 개의 방송국 신호를 탈취되고 영상이 방영되면서 발생했다.[9] 첫 번째 영상은 오후 9시경 나왔으며 당시 WGN-TV 방송사에서 내보내고 있던 스포츠 뉴스 방송 도중 화면이 바뀌면서 Max Headroom 가면을 쓴 사람이 나왔다. 영상에서 그는 춤을 추는 것인지 알 수 없는 행동을 하는데 영상 자체의 소리도 좋지 않고 화질도 좋지 않아 그의 의도가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는다. 영상은 약 15초 동안 방송되었고, 이 영상은 다른 방송국에 있는 엔지니어가 다시 신호를 납치하여 영상은 중단되었다고 한다.[10] 두 번째 영상은 얼마 안 있어 오후 11시 15분쯤 나왔다. 두 번째 영상은 WTTW 방송사에서 내보내고 있던 닥터후 방송 도중 나왔으며, 첫 번째 영상에서 나왔던 같은 인물이 비쳤다. 두 번째 영상은 첫 번째 영상보다 더 깨끗한 화질과 음성으로 목소리까지 들렸다. 영상은 약 90초 동안 방영되었고, 이 사건은 다음날 CBS 이브닝 뉴스의 주목을 받으며 전국적으로 논란이 되었다.[11] 당시 사건은 시어스타워에서 사용되는 송신기의 마이크로파 신호를 더 높은 전력으로 전송하여 납치한 것으로 추측했다. 하지만 당일 날 밤에는 근무하고 있던 엔지니어도 없었기 때문에 범인이 누군지도 알 길이 없었다고 한다. 아래에는 이 사건을 보도한 CBS 이브닝 뉴스 영상이다.[12]
두 개의 사건을 보면 자신이 개인적으로 가진 송신기가 아니라 큰 회사의 송신기를 이용하여 방송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바로 이 점이 앞서 얘기한 전파납치의 어려운 점 중 하나다. 바로 송신 안테나 장비와 라인을 개인적으로 사기에는 상당히 비싸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HBO의 전파납치 사건의 범인처럼 보통은 방송사에서 근무하던 이들이 용의자로 몰리는데 두 번째는 그렇지도 않아 범인을 알 길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전파의 출처는 어떻게 알았을까. 첫 번째 사건의 범인 John R. MacDougall는 다른 사람의 신고를 통해 검거되었다고 한다. 당시 MacDougall를 신고한 이는 위스콘신 출신의 한 남성으로, 그는 플로리다 주 중북부 게인즈빌에 있는 고속도로 75번지 휴게소의 전화 부스에서 자랑스럽게 그 일을 말하고 있는 MacDougall의 얘기를 듣고 신고를 하였다고 한다. 즉, 전파의 출처를 추적한 것이 아니라 그의 입으로 사건의 경위를 알게 된 것이다.[13]
반면, 두 번째 사건은 시어스타워라고 추측하지만 사실 정확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 이유는 당시 전파 신호를 추적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전파 신호를 추적하기 위해서는 송신기의 위치를 삼각법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 삼각법은 물리적으로 다른 위치에 있는 세 개의 수신기를 통해 송신기의 위치를 추측하는 것으로, 송신기에서 오는 전파 신호를 수신기에서 잡아 그 신호 세기를 확인하여 신호를 역추적하는 것이다.[14] 예를 들어, 부산, 대전, 서울 이 세 곳에 수신기가 있다고 가정하자. 그리고 일본 어딘가에서 보내는 신호를 국내 세 곳의 수신기가 받으면, 그 세기가 거리에 따라 각각 다를 것이다. 이렇게 세 곳에서 받은 각각 다른 전파 신호 세기 값을 계산하여 일본 어딘가에서 보내는 신호를 대충이나마 추적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방법은 2000년대 이후에 가능했던 것으로 전파의 세기를 전자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기기가 도입되고부터 가능한 얘기다. 즉, 2000년 이전인 이런 사건 같은 경우에는 단순히 사람의 신고를 통해서 알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왜 시워스 타워가 언급될까. 그 당시 시워스타워에 송신기가 있었고 다른 지역에 있는 송신기에는 방송을 중단시킨 엔지니어가 있었기 때문에 그리 추측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1977년에 발생한 애쉬타 전파납치 사건[15]으로부터 벌써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에도 간간이 전파납치 사건은 발생하고 있다. 2012년에는 디즈니 채널에서 방영되고 있던 릴로와 스티치 대신 6분간 하드한 포르노 영상이 틀어졌었다고 한다.[16] 또한, 2017년 영국의 라디오 방송 채널에서도 6월과 7월 두 달 동안 8번에 외부 신호가 나타났다고 한다.[17] 이처럼 여전히 전파납치는 발생하고 있다. 물론, 기술이 발전하고 송신기를 관리하고 있는 회사의 보안도 더욱 높아졌기 때문에 난이도는 더욱 올라갔겠지만 말이다. 전파납치라는 것이 생각보다 재미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