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타고 시속 100km로 달리고 있는 와중에 차가 나의 의지대로 움직여지지 않는다면 어떨까. 한술 더 떠서 차가 내 의지가 아닌 다른 사람의 의지대로 움직이고 있다면 그것만큼 소름 돋는 일도 없을 것이다. 왠지 그 사람은 내 차의 핸들을 움직이면서 카트라이더 하는 기분으로 운전할 것 같다. 오늘은 자동차에 관련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갑작스레 음악이 흘러나오고 핸들이 운전자의 의지와 상관없이 제멋대로 움직인다. 달리는 고속도로 위에서 속도를 늦추고 급기야는 고속도로 한가운데서 시동을 꺼트려 버린다.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영화에서 볼 법한 이 이야기는 약 16km 정도 떨어진 두 명의 해커를 통해 벌어진 일이다.
이 일을 만들어 낸 오늘의 주인공은 현재 트위터의 보안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는 찰리밀러(Charlie miller)와 보안 컨설팅 업체에서 자동차 안전 관련 일을 하는 크리스 발라섹(Chris Valasek)이다. 두 사람의 시작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들은 2012년에 네트워크와 연결되는 스마트 카 혹은 커넥티드 카라 불리는 자동차를 대상으로 자동차 해킹 연구를 시작했다. 그 후 1년 뒤인 2013년에 자동차와 노트북을 USB 케이블로 연결하여 자동차 뒤 좌석에 앉아 클락션을 울렸지만 사람들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웃어넘긴다. 이런 반응에 욱한 그들은 무선으로 해킹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2년 뒤 2015년에 멀리 떨어진 지점에서 무선으로 자동차 해킹에 성공한다. 특히나 발라섹은 자동차 무선해킹을 하고 나서 이제는 어떠냐고 말해보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그들의 해킹은 전 세계 사람들을 놀라게 했고 해킹 대상이었던 자동차 회사 크라이슬러사는 위험성을 감지하고 자발적으로 140만대의 차량을 리콜했다. 140만대 리콜 결정 후에 며칠 지나지 않아 크라이슬러사는 연료 탱크 불량으로 100만대 늦장 리콜 때문에 벌금 약 1230억 원을 물었다. 해커들에게 한방 벌금에 한방 크라이슬러사는 험난한 2015년을 보냈다. 또한, 물리적 결함이 아닌 자동차 소프트웨어 취약점으로 대량 리콜을 하게 된 것은 전 세계적으로 처음 있었던 일이었고 미국 CNBC에서 2015년 9월 23일에 발표한 세계적으로 규모가 가장 컸던 자동차 결함 10선에 들기도 했다.
아래의 동영상은 찰리 밀러와 크리스 발라섹이 와이어드의 기자 한 명을 태우고 자동차 해킹 시연을 하는 동영상이다. 와이어드 기자는 자동차 안에서 혼비백산하지만 정작 두 해커는 멀리 떨어진 자신들의 집에서 소파에 앉아 편하게 해킹했다.
그들의 해킹 대상인 크라이슬러 자동차는 유커넥트(Uconnect)가 설치되어 있다. 유커넥트는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영상과 음악을 실시간으로 보고 들을 수 있고 차의 버튼으로 전화를 받을 수 있었다. 또한, 문자가 올 때는 또박또박 읽기도 하고 핫스팟 기능은 물론 와이파이가 끊겨도 주고받았던 데이터를 통해 계속하여 인터넷 연결 유지가 가능하게 하는 셀룰러 기능이 포함되어 있어 끊김 없는 인터넷 연결이 가능하게 한다. 두 해커는 이러한 유커넥트 기능을 통해 차량 내부와 네트워크로 연결하였고 특히나 셀룰러 기능 덕분에 거리와 상관없이 어디에 있든지 해킹할 수 있었다.
네트워크를 통해 자동차와 연결되면 유커넥트에 설치된 기존 프로그램 위에 해커들이 만든 조작된 프로그램으로 덮어씌웠다. 즉, 기존의 프로그램이 아닌 조작된 프로그램을 실행시켜 해커들이 조작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들었고 그들은 이를 이용해 자동차를 해킹했다. 이러한 원리로 그들은 멀리 떨어져서 고속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를 해킹할 수 있었다.
사실 그들의 해킹은 유커넥트가 설치된 지프 그랜드 체로키를 비롯한 체로키 서브, 마이 캐슬러 200~300시리즈 등을 포함하여 2013년 후반에서 2015년 초반에 생산된 크라이슬러 자동차만 해당한다. 하지만 그들은 다른 차는 아직 시도를 안 해봤을 뿐이라며 어떠한 차든 스마트 카라면 해킹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현재는 이러한 공개적인 해킹시연도 있고 크라이슬러사에서도 대량 리콜하여 많이 회수했지만 2015년 기준 약 47만대 정도가 여전히 도로를 달리고 있다고 한다. 찰리밀러와 발라섹은 이러한 차를 위해 크라이슬러사의 웹 사이트를 통해 이러한 취약한 부분을 보완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수동적으로만 업데이트할 수 있어 아직 많은 차가 업데이트를 하지 않았을 것으로 추측했다. 해당사의 차를 가지고 계신 분은 아래에 있는 다운로드 버튼으로 해당 사이트로 이동할 수 있다.
자동차 해킹은 소설과 같은 이야기가 아니고 정말로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며 국내에서도 가능한 일이다. 또한, 이러한 해킹은 굳이 총이 없더라도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해할 수 있게 만들 수 있다. 혹은 일부러 사고를 내서 빅똥을 맥일 수도 있을 듯하다. 더욱이 그들이 시연했던 자동차와 그들과의 거리는 16km이고 이 거리는 대략 마포에서 강남까지의 거리이다. 한마디로 서울의 중심인 종로에서 해킹을 시도할 때 그 해킹대상이 되지 않을 서울에 있는 차량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한국시간 2017년 2월 12일, 찰리밀러와 크리스 발라섹은 그 동안 연구 했던 자동차 해킹과 관련하여 해킹자료 및 툴을 모두 공개하였다. 해당 관련 자료는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